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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 난개발 누가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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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 난개발 누가 책임질 건가

입력
2015.08.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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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국립공원의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결국 승인됐다. 국립공원위원회는 회의에서 의견이 엇갈리자 참석위원 표결을 통해 17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위원회는 탐방로 회피대책과 멸종위기종인 산양에 대한 추가조사 등 7가지 조건을 제시했지만 부수적 사항에 불과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의 자연과 문화경관을 대표하는 설악산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 다른 국립공원에까지 난개발을 초래할 반환경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2012년과 2013년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두 차례나 부결됐다. 그러나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강원도 방문에서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한 뒤 상부 정류장만 바꿔 재추진 돼왔다. 근본적 문제가 그대로인 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중요한 환경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 것이다.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오로지 지역경제 활성화뿐이다. 관광객이 늘어나 침체된 지역경제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강원도와 양양군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피해는 경제적 파급효과 보다 훨씬 크다. 설악산은 유네스코생물권보호지역이고, 천연보호구역이자 백두대간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다. 더구나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역은 국제적 보호종인 산양의 번식지고 보존가치가 높은 희소한 식생대라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경관과 자연생태계를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인 것이다.

경제적 효과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정해진 결론에 수치를 끼워 맞췄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사업계획의 경제성 분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업계획서가 케이블카를 건설하기 위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중립적인 기관의 객관적인 분석을 무시하고 승인을 내준 것은 환경부가 책임을 방기한 채 규제완화와 개발을 쫓아 총대를 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시민단체와 언론사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오색케이블카 승인으로 다른 국립공원도 무사할 수 없게 됐다. 그 동안 국립공원에는 1997년 덕유산 이후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미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며 대기하고 있는 지리산, 북한산, 신불산 등의 설치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산 정상에 호텔과 레스토랑을 건설하는 조감도를 발표하고 국회에 산지이용법 개정까지 요청한 상태다. 전국 국립공원이 난개발로 훼손될 게 명백한 데 나중에 그 책임을 누가 질 젓인가. 오색케이블카 승인은 환경을 무너뜨린 또 하나의 대표적 실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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